표본실
자모는 낱개보다 조합에서 더 많은 표정을 보입니다.
한글 표본실은 글자를 낱낱이 분해하기 위한 곳이지만, 분해에서 멈추지 않습니다. 초성은 첫인상을 만들고, 중성은 방향을 정하며, 종성은 소리와 줄의 바닥을 닫습니다. 이 세 층을 따로 본 뒤 다시 낱말 안에서 합쳐 보면 왜 어떤 글자는 단단하고 어떤 글자는 부드럽게 읽히는지 더 잘 드러납니다.

초성
ㄱ ㄴ ㄷ ㅁ ㅅ
첫 획이 문장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. 세게 닫힌 자음과 열린 자음의 차이를 함께 봅니다.
중성
ㅏ ㅓ ㅗ ㅜ ㅡ
모음은 글자의 방향을 만듭니다. 세로형과 가로형이 줄의 높이와 속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비교합니다.
종성
ㄱ ㄴ ㄹ ㅁ ㅇ
받침은 소리의 끝이면서 글자의 바닥입니다. 아래쪽 무게가 문장 전체의 밀도를 만듭니다.
표본실의 목적은 예쁜 글자 모음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. 같은 자음도 앞뒤 모음에 따라 더 날카롭게 보이거나 둥글게 보입니다. 받침이 있는 낱말은 다음 조사와 만나면서 소리의 끝을 바꾸기도 합니다. 이런 차이를 한 장의 표처럼 펼쳐 놓으면, 맞춤법 규정만 읽을 때 놓치기 쉬운 실제 사용 감각이 살아납니다.
그래서 한글바탕의 표본은 형태, 발음, 문맥을 나란히 둡니다. 자모의 명칭을 확인한 뒤에는 반드시 짧은 낱말과 문장 예시로 돌아갑니다. 글자는 표 안에서 배울 수 있지만, 한국어는 문장 안에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.